보도자료 새로운 공예문화의 지평을 열다

새로운 공예문화의 지평을 열다
청주 대표 유흥가 밤고개, 문화·예술의 거리로 변신[현장에서]

충북 청주시가 청원구 내덕동 밤고개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 전경.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 제공.

충북 청주 대표 유흥가로 불리다 쇠락한 청원구 내덕동 밤고개가 문화·예술의 거리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밤고개. 빨간 벽돌 기둥과 유리 등으로 건물 외벽이 꾸며진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7월 11일 문을 연 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1827㎡ 규모다. 센터 외벽에는 ‘놀러와유’, ‘단비’, ‘햇빛’, ‘밤안개’ 등의 글자가 곳곳에 박혀있었다.

“이곳에 있던 옛 유흥주점 상호예요.” 권서영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 매니저가 말했다.

권서영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 매니저는 “밤고개 도로변에서 영업했던 유흥주점 건물 6동을 새로 단장해 센터를 만들었다”며 “유흥주점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의 거리로 새롭게 태어나자는 의미를 담아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밤고개는 청주에서 진천 방향으로 향하는 약 700m 길이의 고개다. 넓은 도로를 따라 유흥주점 30여개가 몰려있어 오정목·사창동 등과 더불어 청주의 대표적 유흥가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인근에 있던 연초제조창이 1999년 문을 닫으면서 손님이 끊겼고, 밤고개는 을씨년스러운 곳이 됐다.

청주시는 밤고개를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예술가들과 많은 고민을 해왔다. 유흥주점 30여 곳 중 16개를 매입했다. 또 작가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빌려줘 작은 전시회도 했다. 이 곳 중 6곳의 유흥주점이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덕벌나눔허브센터도 조만간 들어설 예정이다. 두 사업에는 모두 85억56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청주시와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밤고개는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공예 작가들의 창작공간과 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공예창작지원센터 외벽에 설치된 수십개의 전구가 밤고개의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 제공.

당국의 단속을 피해 지하로 통하는 작은 계단이 뚫려 있던 이름 모를 유흥주점의 1층은 유리공예를 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놀러와유’, ‘단비’, ‘햇빛’, ‘밤안개’ 등의 간판을 가진 유흥주점은 작가들의 전시장과 회의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센터는 수십여개의 전구를 건물 외벽에 걸었다. 밤고개의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서다.

현재 센터에는 금속·섬유분야 작가 4명이 입주해 활동 중이다. 또 3D프린터, 레이저 조각기, CNC 커팅 조각기 등의 장비를 갖춰 대관도 해준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공예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곳에 입주한 송슬기 작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곳이 과거 유흥가였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며 “센터가 조성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밤고개에 청년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주연 작가도 “캄캄하고 버려진 건물이 많았던 곳이 센터가 들어서면서 밝아졌다”고 했다.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은 협업해 밤고개를 소재로 한 작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센터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도 진행하고 있다. 권 매니저는 “작가들과 주민을 이어주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와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다”며 “밤고개를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